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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죄가 없다③] 본사 옮긴 2세 경영인, 수천억 받아도 상속세 0원?···‘세습 자본주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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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8-28 05:42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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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는 ‘50년 전통 빵집’ ‘70년 국수 맛집’ 보존 등을 위한 예외적인 제도다. 자녀가 가업을 잇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대거 직장을 잃거나, 가업 고유의 기술이 사라지는 등 사회 전체의 손해가 더 큰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자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그러나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가업상속공제가 상류층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에게 부를 무상 이전하는 세습 자본주의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7년 1억원이던 공제 한도는 27년 만에 600억원으로 600배 늘어났고, 사후 요건도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대기업 총수 2세, 3세까지 상속세를 감면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업상속공제는 연 매출 5000억원 이내의 중소·중견기업을 물려줄 때 최대 600억원까지 인스타 좋아요 구매 상속재산 가액에서 빼줘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상속인은 5년간 해당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정규직 고용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감면받았던 상속세가 추징된다. 상속세를 깎아준 만큼 2세 경영인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상속인의 사회적 책무를 규정하는 요건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2022년 전에는 중소기업은 100%, 중견기업은 120%씩 정규직 고용과 임금을 유지해야 사후요건을 충족했다. 2022년부터는 고용유지의무 비율과 임금수준 유지 의무가 90%로 느슨해졌다. 2세 경영인이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해도 상속세 감면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상속인의 사후관리 의무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었다.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완화하다가 ‘백년 가게 노하우 보존’이라는 도입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곰탕집을 물려받아 피자가게를 차려도 가업을 승계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부모세대에서 운영하던 시계공장을 2세 경영인이 옷공장이나 가구공장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 중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한국산업표준분류에 따른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위해 이러한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예를 들어 중분류 기준으로는 출판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우편통신업은 서로 다른 업종으로 본다. 반면 대분류에서는 이들 업종이 ‘정보통신업’으로 묶인다. 중분류에서는 광고업과 건축기술업은 다른 업종이지만, 대분류에서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으로 묶인다. 시계공장을 옷공장이나 가구공장으로 바꾸는 것도 대분류에서는 같은 ‘제조업’ 분야로 묶여 가업상속공제가 인정된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사실상 대기업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5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에서 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기업 가치 제고, 이른바 ‘밸류업’이다. 정부는 2025~2029년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액 비율이 업종 평균의 12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연 매출액 5000억원’ 기준을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한 밸류업 우수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600억원에서 최대 1200억원까지 늘려준다는 것이다. 이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기업 2세 경영인이어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투자를 늘린(스케일업) 기업에도 같은 혜택을 준다. 정부는 2025년부터 5년간 매출액 대비 투자액 혹은 연구·개발(R&D) 지출액 비중이 5%이면서 투자액이나 R&D 지출액 연평균 증가율이 5% 이상인 기업들에 가업상속공제를 인정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매출액 대비 투자액이나 R&D 지출액 비중이 3% 이상이고 투자액 또는 R&D 지출액 연평균 증가율이 10% 이상인 기업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준다.
정부는 아직 재벌 총수들에게까지 가업공제 대상이 확대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이 중에서도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10조4000억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한다. 뒤집어 말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만 아니면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 집단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행 600억원인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폐지하려는 것도 논란거리다. 기재부는 기업 본사를 비수도권의 기회발전특구로 옮기고 특구 내 상시 노동자가 전체 상시 노동자의 50% 이상인 기업에는 600억원이던 공제한도를 없애주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로 경북·전남·전북·대구·대전·경남·부산·제주 등 8곳을 선정했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창업한 대기업 2세 경영인들이 수천억원을 가업 자산으로 물려받아도 상속세가 0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완화는 기업 총수 일가의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이 5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세 경영인들은 부모 사망 후 비수도권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옮겼다가 상속세를 면제받은 뒤 5년이 지나 다시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후 요건은 시행령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물려받았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게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조세평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은 사실상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조세 우대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뿌리부터 훼손할 수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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